그러다 2021년 어느 날.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코바늘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고 싶어졌다.
그날 바로 실을 주문했고, 도안도 찾아보고, 유튜브 영상도 저장해두며 꽤 진지하게 준비를 했다.
그리고 내가 선택한 첫 작품은 바로…
“헤링본스티치 가방”
이제 막 코바늘을 시작한 사람이 하기엔 생각보다 손도 많이 가고 장력 조절도 어려운 무늬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용했던 실도 초보자가 다루기 쉬운 실은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그런 걸 몰랐다. 그저 사진 속 가방이 너무 예뻐 보였다.
“나도 저거 꼭 만들어보고 싶다!” 라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던 것 같다.
현실은 들쭉날쭉 장력
막상 뜨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코를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도 헷갈렸고, 손에 힘 조절이 안 되어 어떤 부분은 너무 꽉 조여지고 어떤 부분은 느슨했다.
지금 다시 보면 장력이 정말 제멋대로다. 가방은 점점 안으로 쏠리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우글우글한 느낌이 강했다.
아마 너무 힘을 줘서 떴던 것 같다.
게다가 헤링본스티치는 생각보다 집중력이 많이 필요한 뜨기였다. 조금만 방심해도 무늬가 흐트러지고 코 위치가 달라졌다.
지금 생각하면 왜 하필 첫 작품으로 저걸 골랐을까 싶다. 하지만 그때는 그 무늬가 너무 예뻐 보였고, 꼭 한번 떠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과정이 꽤 즐거웠다.
몇 번을 풀고 다시 떠도 “내가 진짜 뭔가 만들고 있다” 라는 기분이 들어서 오히려 신났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나의 첫 완성품
결국 가방은 완성됐다.
물론 완벽하진 않았다. 아니, 솔직히 지금 보면 많이 서툴다.
막상 완성한 뒤에는 실제로 들고 다니지도 않았다. 장력 조절 실패로 가방이 너무 안으로 말려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버리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 가방은 내 첫 코바늘 완성품이었기 때문이다.
누군가 보기엔 어설픈 가방 하나일 뿐이겠지만, 나에게는 “끝까지 완성했다”라는 의미가 훨씬 컸다.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완성까지 갔다는 경험 자체가 정말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 가방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계속 뜨개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첫 작품은 늘 부족하다.
하지만 그 부족함 덕분에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뜨다 보면 마음처럼 안 되는 순간들이 많다. 장력이 흔들리기도 하고, 계산이 틀리기도 하고, 완성 후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문득 그 첫 헤링본스티치 가방이 떠오른다.
“그래도 그때보단 많이 늘었네.”
그 한마디면 다시 조금 즐겁게 뜨개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초보 코바늘러라면 공감할 순간들
- 예뻐 보여서 어려운 도안을 무작정 시작한다
- 장력이 일정하지 않아 작품이 휘어진다
- 완성은 했지만 실제로 사용은 못 한다
- 그래도 첫 완성품이라 버리지 못한다
-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성장한 게 보인다
마무리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서툴고 삐뚤빼뚤했던 첫 작품도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과정이었다.
지금도 어딘가에 남아있는 나의 첫 헤링본스티치 가방.
아마 앞으로도 쉽게 버리지는 못할 것 같다.
그 가방은 단순한 뜨개 작품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끝까지 해낸” 코바늘의 시작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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