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미완성 뜨개작, 문어발뜨개러의 현실적인 다짐

미완성 뜨개작이 하나둘 늘어날 때마다 괜히 마음 한쪽이 찔린다. 처음에는 분명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바구니 한쪽에 접혀 있고, 다른 실과 다른 도안이 눈에 들어오면 또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게 된다. 뜨개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겪어봤을 이 상황. 과연 이것은 뜨개인의 숙명일까, 아니면 나만 유난히 시작을 많이 하는 걸까.



미완성 뜨개작이 늘어나는 이유


뜨개를 하다 보면 하고 싶은 것이 정말 끝없이 생긴다. 처음에는 목도리 하나, 가방 하나 정도만 떠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예쁜 실을 보면 그 실에 어울리는 도안이 떠오르고, 새로운 스티치 영상을 보면 또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대바늘이든 코바늘이든 마찬가지다. 지금 뜨고 있는 작품을 다 끝내고 시작해야지 마음먹어도, 어느새 새로운 실을 꺼내고 캐스트온을 하거나 사슬뜨기를 시작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실 미완성 뜨개작이 늘어나는 것은 게으름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뜨개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취미라서 시작할 때의 설렘이 꽤 크다. 색을 고르고, 실을 만지고, 도안을 읽고, 첫 코를 잡는 순간에는 이미 머릿속에 완성된 작품이 그려진다. 하지만 막상 반복 구간이 길어지거나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면 집중력이 살짝 흐려진다. 그때 더 재미있어 보이는 새 프로젝트가 나타나면 자연스럽게 손이 그쪽으로 간다.



늘어가는 미완성 뜨개작, 문어발뜨개러의 현실적인 다짐




나는 문어발뜨개러인가


미완성 뜨개작이 여러 개 걸려 있는 상태를 보면 스스로를 일명 문어발뜨개러라고 부르게 된다. 하나의 작품만 차분히 끝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처럼 여러 개를 동시에 벌려놓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이다. 가방을 뜨다가 인형이 뜨고 싶어지고, 인형을 뜨다가 옷이 뜨고 싶어지고, 옷을 뜨다가 계절감 있는 소품이 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작업 바구니에는 각각 다른 계절과 다른 기분의 뜨개작들이 조용히 쌓여간다.

그래도 문어발뜨개가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떤 날은 단순한 반복 작업이 편하고, 어떤 날은 새로운 무늬에 집중하고 싶다. 피곤한 날에는 생각 없이 짧은뜨기만 하고 싶고, 마음이 여유로운 날에는 도안을 보며 차근차근 계산하고 싶어진다. 여러 작업이 있다는 것은 그날의 기분에 맞춰 고를 수 있는 선택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만 문제는 그 선택지가 너무 많아졌을 때다. 어느 순간 완성의 기쁨보다 시작의 설렘만 반복하고 있다면 한 번쯤 정리가 필요하다.



늘어가는 미완성 뜨개작, 문어발뜨개러의 현실적인 다짐




올해의 목표는 하나라도 완성하기


올해의 다짐은 거창하지 않다. 걸려 있는 문어발 뜨개작을 전부 끝내겠다는 큰 목표보다는, 그중 하나라도 제대로 완성해보는 것이다. 완성하지 못한 작품들을 보면 괜히 부담스럽고 미안한 마음이 들지만, 사실 처음부터 너무 큰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완성 가능성이 높은 것부터 하나씩 꺼내보려고 한다. 거의 다 떠놓고 실 정리만 남은 것, 단 몇 단만 더 뜨면 되는 것, 마음이 아직 식지 않은 작품부터 다시 잡아보는 것이다.

뜨개는 빠르게 결과를 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 곁에 둘 수 있는 취미다. 그러니 미완성 작품이 있다고 해서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시작의 즐거움만큼 완성의 기쁨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올해는 작은 기준을 세워보려 한다. 새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기존 작업 하나를 조금이라도 진행하기. 하루에 한 단이라도 뜨기. 완성하지 못할 것 같은 작품은 과감히 풀거나 다른 용도로 바꾸기. 그렇게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언젠가는 바구니 속 미완성 뜨개작도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문어발뜨개러의 작은 다짐


결국 미완성 뜨개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뜨고 싶은 것이 많고, 뜨개를 좋아한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내가 그 작업들을 부담으로만 느끼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하는 것이다. 새 실을 보는 설렘도 좋고, 새로운 도안을 시작하는 즐거움도 좋지만, 올해는 완성품을 하나씩 늘려가는 기쁨도 더 자주 느껴보고 싶다. 뜨개 바구니 속 문어발들이 조금씩 줄어드는 날을 기대하며, 오늘은 가장 손이 가는 미완성 뜨개작 하나를 다시 꺼내본다.



가능하겠지? 아마 가능할 것이다. 아주 빠르지는 않아도, 한 코 한 코 뜨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보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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