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바늘? 코바늘? 그래서 뭐가 더 좋은데?

뜨개를 처음 접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이상하게도 대바늘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그때 가능했던 건 겉뜨기, 안뜨기 정도였고 아메리칸 니팅 방식으로 서툴게 움직이는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언젠간 되겠지” 싶은 희망은 있었다. 반면 코바늘은 완전히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당시 내 눈에 코바늘은 거의 묘기 수준이었다. 실 한 가닥과 바늘 하나로 손이 휙휙 돌아가는데, 무슨 마법처럼 코가 생겨나고 사라졌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펜그립으로 뜨는 사람들을 많이 봤던 것 같다. 손동작은 너무 빠르고 복잡해 보였고, 이게 사슬인지 짧은뜨기인지 긴뜨기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론을 내렸다. “이건 내 길이 아니다.”


하지만 이상하게 코바늘은 자꾸 다시 손이 갔다. 포기했다가 다시 잡고, 또 어렵다고 내려놨다가 다시 도전하고. 그 과정을 몇 번 반복했던 것 같다.


그리고 드디어 코바늘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처음 사슬뜨기가 연결되던 순간의 감격은 아직도 기억난다. 짧은뜨기라는 단어조차 낯설었고, 도안 속 기호들은 암호처럼 보였지만 하나씩 이해되기 시작하니까 갑자기 세상이 달라졌다.


전에는 그저 어려워 보이기만 했던 동작들이 이제는 손에 익은 움직임이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보다 손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뜨개는 정말 신기한 취미다. 처음엔 절대 못할 것 같았던 것도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된다.


지금은 오히려 대바늘보다 코바늘이 훨씬 편하다. 무언가를 만들 때도 코바늘 쪽이 더 직관적으로 느껴지고, 수정하거나 풀어내기도 마음이 편하다. 무엇보다 “내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자유도가 크게 느껴진다.


대바늘은 애증, 코바늘은 편한 친구


지금의 내 감정을 표현하자면 딱 이 정도 아닐까 싶다.

  • 대바늘 → 애증의 관계
  • 코바늘 → 편한 친구 같은 존재


대바늘은 여전히 멋있다. 편물이 만들어내는 부드러운 분위기, 옷의 핏, 차르르 떨어지는 느낌은 확실히 대바늘만의 매력이 있다. 그래서 볼 때마다 “나도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동시에 긴장도 된다. 코를 놓치면 당황스럽고, 여러 바늘이 연결된 상태를 보고 있으면 아직도 약간 겁이 난다. 그래서 애정은 있는데 마음처럼 쉽지는 않은, 그런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렸다.


반면 코바늘은 훨씬 편안하다. 하나의 바늘로 작업한다는 안정감도 있고, 실수를 해도 비교적 수정이 쉬워서 부담이 적다. 무엇보다 작은 소품부터 인형, 가방까지 빠르게 결과물이 나오는 편이라 성취감도 크다.


현재 나에게 가장 편한 뜨개는 분명 코바늘, CROCHET 이다.


물론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또 달라질 수도 있다. 갑자기 대바늘에 다시 푹 빠질지도 모르고, 새로운 기법을 배우며 생각이 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취미라는 건 원래 그런 거 아닐까. 그 시기의 내가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익숙하고 편안한 코바늘을 손에 든다. 그리고 마음 한켠에는 여전히, 언젠가는 대바늘도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남겨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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